Interview
이상우
노동자 겸 창작자.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쓰고 그립니다.
안녕하세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노동자 겸 창작자 이상우입니다. 낮에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밤에는 밥벌이의 이상함을 이야기로 만듭니다. 2020년부터 에세이 레터 <풀칠>을 발행하며 스타트업에서의 요란한 노동과 창작하는 삶 사이의 정렬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어떤 책을 독립출판하셨나요?
<풀칠이라는 농담>은 노동자로서 겪게 되는 ‘이상한 순간’들을 그린 일러스트 모음집이에요. 거기에 짧은 ‘농담’들을 한 마디씩 덧붙였죠. 왜, 그런 순간들 있잖아요. 오늘은 하루 종일 회의만 했네. 새로 나온 인공지능이 콘텐츠를 쏟아내는 데 나는 오늘도 콘텐츠를 만드느라 야근을 하고 있네. 대출 상담을 하려고 앉는 이 창구는 왠지 현대의 고해성사 부스 같은걸. 우린 다 큰 어른인데 언제까지 성장을 얘기하게 될까? 등등. 사무실의 풍경에서 한 걸음 물러선 자리에서, “이런 것들은 좀 웃기지 않습니까”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어떤 과정을 거쳐 독립출판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지난 5년 동안 <풀칠>이라는 이름으로, 밥벌이의 희로애락을 다루는 에세이 레터를 운영했어요. 에세이가 ‘본진’이지만, 하나로 엮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건 <풀칠러 스케치>라는 이름으로 덧붙였던 이 일러스트들이더라고요. 일단 모든 일러스트들을 모은 다음 비슷한 주제끼리 묶어서 덩어리로 만드는 작업을 제일 먼저 했어요. 예를 들면 초년생들이 반쯤은 자발적으로, 반쯤은 밀려서 서울로 오게 되면서 겪는 거주의 불안정성은 ‘상경의 값’으로. 남발되는 성장의 레토릭은 ‘다 큰 어른’으로 묶는 식이죠. 제목이 없는 그림들은 ‘여기다!’ 싶은 자리를 찾는데 신경을 썼어요. 짝을 지어주면 의미가 생기는 그림도 있고, 어떤 맥락에 위치하게 되면서 의미가 증폭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순서를 정하고 나서는 텍스트를 줄이는 데 가장 신경을 많이 썼어요. 원래는 그림마다 붙어있는 글들이 훨씬 길었는데요, 다듬으면 다듬을수록 텍스트보단 여백으로 말하는 작업물이 되는 게 어울릴 것 같더라고요. 농담이란 게 말이 길어지면 재미없잖아요.
작가님에게 독립출판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사실 의미를 찾느라 진도가 잘 안나갔어요. 2024년 겨울에 편집을 마치고 묵혀두다 2025년 늦여름에 인쇄를 하고, 또 몇 달 집에 쌓아두다 2026년 초에 입고를 시작했어요. 편집, 인쇄, 판매 각 단계마다 최소 반년씩은 뜸을 들인 셈이죠. 돌아보면 시간이 없어서 그랬던 게 아니라 출판의 각 단계마다 찾아오는 ‘왜 이걸 만드니?’란 질문 앞에서 오래 머뭇거렸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제가 답으로 쥐고 있는 생각들을 간략하게나마 남겨 봅니다. 1. 왜 편집을 하니? 재밌어서 합니다. 무질서했던 메모들이 연결되고 다듬어지는 과정에는 어렸을 때 모래성을 만들 때 느꼈던 감정과 비슷한, 순수한 즐거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왜 인쇄를 하니? 이 질문과 마주하며, 지나간 시절과 생각에 물리적인 실체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은 책 외엔 그리 많지 않단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작업물을 인쇄해서 책으로 만든 다음 그걸 만지고, 바라보면 비로소 어떤 시간들을 통과하고 또 내려놓을 수 있게 되죠. 연차를 쓰고,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인쇄소를 돌던 날, 출판은 희망 그 자체라기보단 희망에의 의지, 혹은 희망에의 베팅에 가깝단 생각을 했었습니다. 3. 왜 판매를 하니? 여기서부터는 ‘나’의 테두리 밖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제 생각에 책은 상품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하나의 '주장'입니다. 텍스트가 물리적인 실체를 갖고 세상의 공간 중 어딘가를 점유하게 되면, 그건 이런 메시지의 자리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셈이 되죠. 그리고 그 주장을 둘러싸고 뭇사람들이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의미가 생겨나고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엔 이상한 점들이 꽤 많습니다. 그리고 이 이상한 점 앞에서 우리는 다양한 태도를 선택할 수 있죠. 순응, 절망, 외면, 직면 등등. 제가 주장하는 태도는 농담입니다. 외면하는 순응과 직면하는 절망 사이엔 농담이라는 태도도 있단 얘길 하고 싶어요. 제 생각엔-그러니까 책을 만들었겠지만-이건 꽤 할법한 주장입니다.
이상우 작가님의 독립출판물

“먹고 산다는 건 좀 웃긴 일이다.” 요상한 업무분장, 끝 없이 이어지는 회의, 너무 유능한 인공지능을 바라보며 느끼는 허무까지. 직장인의 일상 속 비애를 삐뚤빼뚤한 농담으로 풀어낸 일러스트 에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