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장윤미
소설가
『숨길리 생추어리』라는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숨길리라는 이름은 두 가지 뜻을 가진 이름입니다. 하나는 숨겨진 곳, 다른 하나는 숨 쉴 수 있는 곳. 소설에 등장하는 소재는 모두 거대자본이라는 컨베이어 벨트에 강제로 올려져 착취당하는 대상입니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또 간절한 것이 무엇일까 오랫동안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착취로부터 안전하게 숨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평온하게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 숨길리 생추어리에는 나를 보호해 줄 ‘피난처’, 그리고 자유롭게 숨을 쉴 수 있는 ‘안식처’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소설에서 패스트패션과 공장식 축산을 함께 다루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공장식 축산업이라는 시스템 아래 자행되는 동물 학대, 패스트패션이라는 거대 사업 아래 착취당하는 자연은 놀라울 만큼 닮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공통점을 두 가지만 꼽자면 존재가 수단이 되어 대량 생산화된다는 점, 그리고 이들의 가치는 오로지 인간들의 욕망과 요구에 따라 메겨진다는 점입니다. 이 두 소재를 동시에 다룬다면 소설의 주제를 드러내는 데 있어 훨씬 선명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인진과 해유, 두 청년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내셨어요. 인물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인진은 외곽에서 한참 떨어진 돼지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지독한 분뇨 냄새와 돼지들의 비명, 부당 노동에 분노하는 동시에 권태를 느끼는 인물입니다. 한편 해유는 지하상가 작은 숍에서 옷을 파는 직원인데, 지하상가란 공간은 유행에 민감하고 그만큼 교체 속도가 굉장히 빠른 공간이기도 합니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갖겠다는 해유의 꿈은 대량생산된 옷, 짝퉁이란 이름으로 팔리는 옷들에 밀려 멀어져갑니다. 두 사람 모두 잔인한 현실을 자각하고 있지만 선택할 수 없는 삶에 대해 씁쓸해합니다. 이들의 모습은 또래 청년들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은 선택할 수 있는 것보다 선택할 수 없는 것에 의해 움직이니까요. 현실과 미래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는 청년들의 고민을 담고 싶었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입고 먹는 것들의 진짜 모습,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진정한 돌봄, 그리고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가 존중받는 세상이 가능한지 질문하고 싶었습니다. 더불어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상처받은 존재들이 서로를 돌보고 연대하며 만들어가는 대안적인 삶의 가능성과 희망 같은 것들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장윤미 작가님의 독립출판물

미친 듯이 열심히 살아온 오십 대 커리어우먼 두 사람의 이야기. 가볍게 수다 나누듯, 산책을 함께 하듯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가슴 속 어딘가 도사리던 작은 불안과 두려움이 조금씩 씻겨 나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