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초초야
10년째 여행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먼지로 태어난 김에』를 펴낸 <초초> 출판사의 대표이자, 아직은 유일한 작가인 초초야입니다. 사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거나 글쓰기에 재능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건 대학 졸업 후 사회초년생이 되고 나서예요. 그때 제가 닮고 싶던 어른들이 하나같이 책을 읽고 있더라고요. 한 권, 두 권 따라 읽다 보니 어느새 독서모임도 꾸준히 나가게 되었고, 지금은 독립출판을 하고 있네요. 글쓰기도 비슷했어요. 스스로 글을 써본 건 20살에 혼자 떠난 제주도 여행이 처음이었어요. 그때부터 여행이라는 특별한 순간마다 꼭 일기를 쓰기 시작했죠. 이후 휴학 시절, 하루 종일 누워만 지내던 때에 매일 일기를 쓰는 습관이 생겼어요. 그렇게라도 기록을 남겨야 제 하루가 조금은 의미 있게 느껴졌거든요. 그 습관 덕분에 서서히 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이후 삶에서 마주한 어려움도 조금은 단단하게 버틸 수 있었어요. 예전의 제가 일기 속에서 건넨 말들이 지금의 저를 위로해주고, 또 미래의 저를 그리며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어주었죠. 그렇게 독서와 글쓰기가 제 일상이 되었어요.
『먼지로 태어난 김에』는 어떤 책인가요?
모든 삶에는 오직 그 순간에만 쓸 수 있는 글이 있다고 믿습니다. 『먼지로 태어난 김에』는 지난 10년간 써온 여행일기 중 90편을 골라 엮은 책이에요. 스무 살 제주부터 서른 살 런던까지, 방학과 휴학, 취업과 퇴사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시간들이 여행의 풍경과 함께 겹쳐 그려집니다. 영화 ‘*보이후드’*나 ‘*비포 시리즈’*처럼 시간이 켜켜이 쌓인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10년의 기록 속에는 내면의 변화와 성장도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투박하던 문장은 점차 섬세해지고, 바깥을 향하던 시선은 차츰 내면을 향하기 시작해요. 낙담과 공허, 외로움과 질투 같은 감정 속에서도 희망과 자유를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시간들이 담겨 있어요. 뻔한 위로나 조언 대신, 제 삶을 있는 그대로 꺼내 놓았습니다.
독립출판을 하게된 계기가 있나요?
더 늦기 전에 세상에 나를 던져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퇴사도 하게 되었고요. 그 후 몇 달 동안 ‘좋아하는 일로 일하기’, ‘진짜 좋아하는 일 찾기’ 같은 책과 팟캐스트를 파고들며 저를 들여다봤죠. ‘이거 아니면 안 되겠다!’ 하는 강렬한 확신은 찾지 못했지만, 조금씩 저를 정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결론이 나왔어요. “10년 동안 써온 여행일기를 엮어 에세이를 내자!” 지난 10년간 제가 가장 많은 시간과 돈을 쏟아온 건 독서, 글쓰기, 그리고 여행이었거든요. 하지만 막상 원고를 투고하려니, 막막함과 제 글솜씨에 대한 의심이 들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죠. ‘그럴 바엔 내가 직접 책을 만들자.’ 회사도 주체적으로 살고 싶어서 나온 건데, 다시 누군가의 선택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어요.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걸 좋아하고,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성향 덕분에 시작 자체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나요?)
앞으로도 여행 관련 도서를 꾸준히 만들 계획입니다. 자극적인 여행 이미지가 주류를 이루는 요즘, 저는 그 너머를 탐구하고 싶어요. 여행은 인류가 오래도록 이어온 문화이자,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깃든 본능이니까요. 피상적인 경험에 그치지 않고, 나를 채우고 돌아오는 여행의 방법을 깊이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초초>는 출판사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로 확장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어요. 『먼지로 태어난 김에』는 그 초석이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아준 첫걸음입니다. 당장은 <초초>의 책을 세 권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제가 직접 쓴 책이든, 다른 분의 좋은 글이든 상관없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좋은 에너지를 전하는 사람, 그리고 브랜드로 자리 잡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이 책이 독자분들의 하루를 조금 더 가볍게 만들어 주면 좋겠습니다. 그 이상을 바라는 건 욕심이 것 같아요. 다만 언젠가 여행길에서, ‘나도 일기를 써볼까?’ 하는 마음이 문득 든다면, 그 순간이야말로 이 책이 제 역할을 다한 때일 거예요.
초초야 작가님의 독립출판물

10년간의 여행일기 중 90일을 엮은 에세이. 스무 살 제주부터 서른 살 런던까지, 길 위에서 발견한 삶의 가벼움과 나를 찾아가는 여정. "먼지로 태어난 김에, 내 맘대로 살아보지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