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안승환
뒤늦게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고, 이것저것 해보는 중.
누구세요?
어… 이것저것 하는 사람입니다. 막상 설명하려니 복잡하네요. 성심광역시에 거주하는 안승환이라고 합니다. 26살 쯤? 대학교를 자퇴했습니다. 전공은 소프트웨어학부였어요. 이후 영상을 제작하는 PD였다가, 여행자였다가, 개발자였다가(반전…), 지금은 투잡 뛰면서 제 꿈을 부양하는 알바생으로 살고 있습니다. 최근 책을 완성한 뒤로 작가로 불려지고 있는데요. 누가 ‘작가님~’이라고 불러주시면, 그게 너무 어색해서 반발 작용이 일어나는 거 같아요. 저도 모르게 온몸이 비틀어집니다. 적응하려고 무던히 애쓰는 중입니다. 핳..
‘10000YearFeel’이 뭔가요?
제가 책을 냈습니다. 살면서 처음으로요. 책은 가끔 읽는 정도였는데, 설마 제가 책을…(생략) 10000YearFeel은 제가 혼자 만든 프로젝트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뭐라도 할 수 있을까> 도서가 1권씩 팔리면 100원씩 적립하고 있습니다. 그걸로 만년필을 사려고요. 이론상 2,000부 넘게 팔아야 되네요. 2030년까지 달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책 가격을 정하는 게 난관이었는데, 우연히 알게 된 ‘독립출판 원데이클래스’에서 들었던 내용을 적당히 참고해서 17,000원으로 잡았습니다. 그런데 지인들에게 좀 비싼 거 같다는 피드백을 받아서 이것저것 해보다가 적당히 15,000원으로 낮췄어요. 거기에 100원을 더했는데요. 이게 킥입니다. 킼킼ㅋ(죄송) 굳이 만년필인 이유는요. 그걸 하나의 상징으로 삼고 싶어서예요. 체코에서 만난 즈데니크 아저씨가 제게 주신 10달러처럼 의미가 담겨있는 물건을 정말 좋아합니다. 한 발 더 나아가서, 그 의미들은 저에게 스토리가 됩니다. 그게 너무 좋아요. 그런 것들을 제 손으로 기록하고 싶어요. 서툴지만 솔직한 저만의 표현 방식을 더해서요. 나름의 유머라고나 할까요. 독자분들이(윽… 어색하다.) 사랑해주신 제 스토리를 뿌리 삼아 더 많은 스토리를 수집하고 싶습니다. 제 만년필이지만, 동시에 모두의 만년필인 셈인거죠.(소유권은 어떻게 되는걸까요) 그날이 아주 천천히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 설렘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요. 아, 재고 처리는 최대한 빨리 하고 싶습니다. 도서 500부 제 방 1/4 면적을 차지하고 있어요. 한 권씩 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민은 배송만 늦출 뿐!
완성까지 10개월이나 걸린 이유는요?
<아무것도 아닌 내가 뭐라도 할 수 있을까>는 <아무것도 아닌 내가>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예요. 2024년 8월부터 직장 다니면서, 그리고 퇴사 후 투잡 알바 뛰면서 자투리 시간에 꾸준히 써서 2025년 6월에서야 완성했습니다. 10개월 걸렸네요. 원래라면 제 생일인 4월 18일에 최종본을 스스로에게 선물하고 싶었는데, 일정이 밀려서 이때 1차 가제본이 나왔어요. 책 만드는 게 처음이라서 이게 느린 건지, 빠른 건지 전혀 감이 안 잡히네요. 같은 장르인 여행 에세이를 쓴 다른 작가님들은 2~3달 걸렸다고 하는데 말이죠. 뭐 어쩌겠어요. 처음 해보는데 잘 할 수도, 빨리 할 수도 없잖아요? 라고 뻔뻔하게 굴어봅니다. 어찌됐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뭔가를 ‘완성’을 해냈다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끼는 나날입니다. 스케쥴이 밀린 이유는 작업 중반부에 접어들었을 때 정말 지독히도 쓰기 싫고, 귀찮고, 그만두고 싶은 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프롤로그 한 페이지 쓰는 데 반나절이 걸렸는데요. 이때가 위기였습니다. 잠깐이지만 ‘나 진짜 멍청하구나.’하며 자괴감에 빠졌거든요. 그래서 현실도피하려고 딴짓하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분명 완성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드네요.(2편은 묶어두고 글만 쓰게 해야겠다)
어떤 작가가 되고 싶으시죠?
그러나 작가가 되고 싶어서 책을 낸 건 아니에요. 궁극적으로 특정 수단 또는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제 스토리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스토리텔러’가 되고자 합니다. 작가는 주로 책을 통해 스토리를 표현한다면, 스토리텔러는 만물에 스토리를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그림, 프로그래밍, 굿즈 등 어디에든 스토리를 부여할 수 있죠. 그 자체로 스토리가 되는 거예요. 저는 스토리텔러가 좀 더 광범위한 이야기를 다루는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영상도 만들 수 있고, 세계여행도 할 수 있고, 프로그래밍도 할 수 있고, 책도 쓸 수 있습니다. 이것저것 하고 있으니 앞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더 늘어날 거예요. 이것들을 섞으면 어떤 멋진 일이 일어날지 너무 기대돼요. 다만, 현실적인 그놈의 ‘돈’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고 싶은 일과 무관한 일에 시간을 써야만 하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이 순간이 결코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마저도 두 번 다시 겪을 수 없는 하나의 스토리라고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요. 훗날 제가 성장했을 때, 튼튼한 거름이 될 양분이 되어줄 것이란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래도 하루빨리 저만의 표현 방식으로 스토리를 세상에 펼쳐보일 수 있는 시간이 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게 늙어가고 싶습니다.
안승환 작가님의 독립출판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