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이승현
빈티지 라이프를 기록하는 공간 디자이너
안녕하세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12년간 도쿄에서 상업 공간 디자이너로 일하다 한국에 돌아와, 지금은 프리랜서 공간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공간을 통해 일상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에 관심이 많고, 빈티지한 삶과 공간을 수집하고 기록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어요.
그림에세이 『빈티지 홈 살아가기』는 어떤 과정을 거쳐 독립출판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저는 도쿄에서 12년간 거주하며 오랜 시간 상업공간 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집보다는 도시의 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타국에서는 집에 대한 애착을 갖기 어려웠어요. 집 계약이 끝나면 갱신을 하거나 이사를 하거나, 늘 선택의 연속이었거든요. 그러다 3년 전, 한국으로 귀국하며 처음으로 ‘집’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모두에게 집이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가 특별하듯 저에게도 마찬가지였어요. 어디에서,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부터 차근차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살아갈 동네를 정하고, 집을 고르고, 개조하고, 취향대로 가꾸고 돌보는 과정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빈티지한 공간을 꿈꿨지만, 주변의 오지랖과 현실적인 문제들에 부딪히기도 했어요. 그리고 이 과정을 겪으며 깨달았어요. ‘이것이 나만의 경험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걸요. 낡은 집을 고쳐 나만의 페이스대로 빈티지 라이프를 즐기는 이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이렇게 살아라'라는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고 조용히 손 내미는 이야기라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림 에세이의 형식을 선택한 건, 말보다 선이 먼저 떠오르는 순간들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집에서 스며 나오는 감정이나 익숙한 정서들은 사진으로는 오히려 너무 직접적일 것 같았어요. 현실적인 장면들이 주는 설명보다, 여백이 있는 선과 색으로 그 분위기를 더 은근하게, 조용히 건네고 싶었거든요. 직접 그린 그림과 손글씨가 더 다정하게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빈티지 홈 살아가기』라는 책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요?
이 책은 어떤 ‘이상적인 집’이나 ‘완벽한 인테리어’를 제안하는 책이 아니에요. 다만 낡고 불편한 집이라도, 나만의 속도로 정돈해나가는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방식과 속도로, 나에게 맞는 생활의 틀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가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무언가를 고치고, 놓아두고, 다시 만지는 일상의 반복 속에서 저는 ‘살아간다’는 감각을 느꼈어요. 남들처럼 빠르게, 효율적으로, 세련되게 살지는 못하더라도, 나에게 익숙한 리듬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게 얼마나 근사한 삶의 방식인지 전하고 싶었어요. 책을 읽는 분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집을 마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답은 없어도, 각자의 삶에 맞는 공간은 분명 존재한다고 믿어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이 이야기를 독립출판물이라는 매체에만 머무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전시나 공간 설치, 소규모 모임, 워크숍 등 다양한 형태로도 풀어내보고 싶어요. 책을 통해 연결된 사람들과 직접 만나, 함께 취향을 나누고 삶의 방식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만큼 기쁜 일이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작업을 시작으로, 공간과 빈티지 라이프를 기록하는 출판 프로젝트를 조금씩,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어요. 빈티지한 삶의 방식, 오래된 것들이 주는 감각, 공간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에 대해 더 깊이 탐구하며 글과 이미지로 담아낼 예정이에요. 어떤 이상적인 형태를 좇기보다, 제가 찾아낸 것들을 기록하는 작업을요.
이승현 작가님의 독립출판물

도쿄에서 상업 공간을 디자인해온 공간 디자이너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집’이라는 공간. 어디에, 어떻게 살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묻고, 오래된 집을 고치고 가꾸며 살아낸 나날을 담담한 시선과 따뜻한 그림으로 기록한 에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