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강규희
약사이자 작가
안녕하세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서른 중반이 될 때까지 작가가 되어야겠다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이 살아온 현직 약사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써보게 되었고, 그걸 읽은 이가 “재밌다”고 한 순간 제 안에 숨겨져 있던 문 하나가 활짝 열렸습니다. 그 후로 몇 년 동안 뭔가에 홀린 것처럼 글을 쏟아내던 중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제 삶의 전반에 걸쳐 스토리텔러로서의 꿈이 꿈틀대고 있었단 것을요. 저는 지금 제 앞에 펼쳐진 인생 2막을 향해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중입니다. 어린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으로요.
이번에 첫 소설집 <나를 먹어줘>를 출간했는데요. 어떤 특징이 있나요?
<나를 먹어줘> 속 7편의 단편소설들은 평범한 일상 아래 감춰져 있는 욕망과 갈등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범죄라고는 할 수 없는 정도의 교묘한 폭력 아래 놓인 이들은 이것이 폭력인지 아닌지조차 혼곤한 상태로 깊은 무력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 또한 그런 상황들 아래에 놓여 있는데요. 평범하게만 보였던 현실은 점점 환상과 뒤엉키고 소설 속 인물들은 예상치 못한 결말을 향해 떠밀려갑니다. 고통의 근원이 어디인가, 이 지점에 도달하면 독자들은 카타르시스 내지는 또 다른 형태의 고통 속으로 걸어들어갈 인물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작품마다 개인의 욕망과 아픔을 담았는데, 소재들은 어떻게 구상하셨나요?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사건 사고들, 아동 학대나 직장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왕따 같은 폭력에 대한 이야기들은 언제나 저의 분노의 원천이었고 그대로 제 소설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고통을 가하는 방식은 놀랍도록 다양했죠. 하지만 소설을 써 내려가다 보면 다양한 곳에서 출발한 이야기들은 결국엔 저의 과거로 귀결되었습니다. 저는 글을 쓸 때마다 매번,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의문에 대해서, ‘평범한 얼굴 뒤에 숨어 있는 순수한 악의’에 대한 답을 찾고 있더라구요,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너무너무 딮(Deep)한 이야기죠. 시종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에 읽기 힘들어하는 분이 많을지도 모른단 걱정은 들었습니다. 하지만 첫 책이니만큼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마음껏 쏟아내 보기로 정했습니다. 제가 그리고 싶었던 것은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가해자나 방관자도 될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때로는 역전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는 걸요. 어떤 타인이 나에게 지옥이듯,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지옥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그것만큼 소름끼치는 일이 또 있을까요? 일방적이고, 영원한 폭력은 대개 없으니까 말입니다.
강규희 작가님의 독립출판물
우리가 사는 동네에는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특별한 동네로 알려진제주 여행자들이 친근한 일상과 낯설고 설레는 여행의 감성을 담은 제주에서 사는 동네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로 당신을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