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박정우
박정우

문학과 철학 사이의 무언가를 쓰고, 냅니다.


안녕하세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독립출판 개구리다에서 팀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1호 문학 동인지 『불안』 에서 「흐름과 굳은것」을 썼습니다. 그 글에서 중요한 개념이 ‘응결‘이었기 때문에, 저를 ’응결체’라고 불러주세요. 저는 법학과를 나왔습니다. 법학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상당히 딱딱하고 경직되어 보이지 않나요? 적어도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4년동안 퍼석퍼석하고 딱딱한 벽돌에 갇힌 기분이었습니다. 그건 법학이 나쁜 게 아니라 제 ‘몸뚱이’가 법학과 함께하기엔 너무 말랑말랑한 탓이었습니다. 그래서 정신분석학, 철학 등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맨땅에 헤딩하듯 인문학 대학원에 진학했고, 현재 자퇴한 상태입니다. 이 세게는 다른 의미로 너무 물컹물컹해서 제 몸을 지탱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이 곳 저 곳 거처를 정하며 시간이 낭비되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개구리다 팀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존재가 이야기로, 책으로 인쇄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떤 과정을 통해 집필이 이뤄졌나요?

저희들이 낸 책은 한번에 말하자면 문학 동인지입니다. 하지만 정석적인 동인지가 기존의 ‘비슷한 취향‘을 통해 걸러진 집단 문학이라면, 저희 책은 조금 더 다양합니다. 즉 동인지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의 취향의 유사성이 없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저희 책은 동인지보다도 더 느슨한, 지나치게 느슨한, 단지 문학 작품들의 집합으로 머무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 책의 집필 과정은 여러번의 대면 대화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우선 ’불안‘이라는 주제가 주어지고, 각 작가는 불안에 대한 자신의 서사, 생각을 들고 대화에 나옵니다. 대화의 장은 그런 다양한 생각들을 수렴하며 응축됩니다. 작가들은 처음 대화를 장을 향해 나섰을 때와는 비슷한 듯 다른 생각을 가지고 돌아가게 됩니다.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며, 너무나도 다른 배경을 가진 작가들은 점차 서로에게 스며들고, 대화의 장은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생각의 복합체가 됩니다. 집필 과정은 바로 이러한 모임을 여러번 거친 후에 이뤄집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은 독특한 형태를 띄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동인지에 여러 작가들이 투고한 다른 작품들이 들어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었습니다만, 그 복수의 작품들 속에 서로의 흔적이 남아있게 된 것이지요. 다양한 동시에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다양체’를 대면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대화 참여자이자 작가로서, 과정이 결과에 고스란히 남는 것을 보는 경험은 정말 크나큰 기쁨이었습니다.

작가님은 어떤 글을 쓰셨나요?

제 글 역시 한번에 말하라면 철학적 에세이입니다. 비슷한 유형을 꼽으라면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들 수 있겠네요. 철학의 매력이자 단점은 추상성입니다. 추상성이 철학을 메타적인 학문으로 만들지만, 그렇기에 철학을 알아먹을 수 없고 현실과 유리된 것처럼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저는 철학과 삶이 조금 더 가까이 서로를 향해 다가갈 수 있는 형식의 글을 모색했습니다. 바로 이야기를 쓰는 것이지요. 글 속에서 제시된 이야기는 곧바로 저만의 개념이 적용될 수 있는 현실적인 장이 되고,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이야기는 철학에 수수께끼를 던지고, 철학은 거기에 대답합니다. 제 글은 이러한 패턴이 반복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야기는 철학에, 철학은 이야기에 스며들며 서로의 본 모습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 결과 탄생하는 것은 문학도, 철학도 아닌 ‘무언가‘입니다. 더구나 저는 그림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도식이라고 할 수 있는 제 그림들은 때로는 철학답게 추상적이기도 하고때로는 이야기에 곧바로 덧씌워져 구체적이기도 합니다. 그런 스펙트럼을 오고가는 도식을 통해 제표현을 더욱 입체화하고 싶었습니다.

개구리다 독립출판이 일종의 사회실험이라고 말하셨는데?

네 그랬지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공동체 회복을 위한 일종의 사회실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 팀은 제 2호 ‘잠적‘에서 100% 랜덤 객원 추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이 정책에 대해 의아함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왜냐면 그만큼 파격적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보통 작가의 이력이나 포트폴리오를 보고 객원을 선정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정책을 수용하기로 한 순간, 저는 개구리다가 상당히 전위적인 사회실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연성에 완전히 자신을 개방하는 것이지요. 그 결과 어떤 대화의 장이 형성되고, 어떤 담론이 형성되고, 결과적으로 어떤 책이 나오게 될지를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창발을 위한, 창발에 의한 독립출판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지요.


박정우 작가님의 독립출판물

불안

여기 서로 다른 6명의 창작자가 만나 '불안'을 이야기합니다. 텅 빈 불안과 옭아매는 삶 속에 허우적대더라도 지금 여기에 잠깐 우리가 미소 지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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