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소운
소운

한 움큼의 다정함과 흩어지는 기억들을 글로 모아요.


안녕하세요. 작가님과 책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1인 출판사 오롯이를 운영하고 있는 소운입니다. 에세이 『다정한 건 오래 머무르고』, 사진집 『10월 19일의 뉴욕』 그리고 단편소설 『여름으로 지어진 곳』을 냈습니다.

스쳐갔던 다정함을 책으로 만들기까지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몇 년 전 겨울, 저는 인생에서 가장 큰 상실을 겪었고 그 힘듦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랐어요. 그때 니트컴퍼니를 처음 만났어요. '니트컴퍼니’는 무업 청년들이 모여 비생산적인 시간을 함께하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서로 지지하고 공감해 주며 연결되는 커뮤니티예요. 저는 6기 종무식을 앞둔 마지막 오프라인 모임에 처음 나갔어요. 각자의 소감을 말할 때, 어차피 이 사람들과 다신 안 볼 것 같아서 하고 싶은 얘기 해야겠다 싶었어요.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한동안 방에서 술만 마셨어요. 여기 나오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는데… 오늘 같이 춤추고, 조금 웃어서 잠깐 행복했어요. 그래서 고마워요."라고 했어요. 대표님이 울고 계셨어요. 충격이었어요. '태어나서 처음 본 사람의 말에 이렇게 울어준다고…? 이 사람들 뭐 하는 사람들이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친구들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만 했었거든요. 다 지나간다고. 지나면 괜찮다고. 그땐 그 상투적인 위로가 너무 폭력적으로 들렸어요. 내 시간은 흐르지 않는데.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 고여있는데. 계속 괴로운데 대체 뭐가 괜찮다는 거야? 어떤 마음인지도 모르면서 왜 무책임한 말을 하는 거야…? 친구들이랑 못 만나겠더라고요. 귀찮았어요. 그래서 매듭 모임에 신청했어요. 아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어요. 다들 손재주가 좋아서 뚝딱뚝딱 만드는데 전 하나도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집 가는 길에 다음엔 안 나와야겠다, 싶었어요. 하나도 완성하지 못했는데도 친구들이 날 닮은 파스텔 실을 골랐다고, 실조합을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는 거예요. 기분이 좋았어요. 이틀 밤을 새워서 매듭을 했어요. 한 번 더 좋은 말을 듣고 싶었어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나와야지 하다 보니 전시도 하고, 책도 만들고, 오늘 여기에 있네요.

스쳐갔던 다정함을 책으로 만들기까지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니트컴퍼니에서는 100일 동안 자신이 할 업무를 정해야 해요. 물 8잔 마시기, 고양이 예뻐하기, 샤워하기 그리고 산책하기 같은 업무를 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저는 100일 동안 100글자씩 쓰는 업무를 했어요. 쏟아부을 곳이 필요했거든요. 처음엔 100일 동안 100글자씩 쓰는 것 자체가 힘들어서 책을 만들 생각은 못 했어요. 근데 마지막 날이 다가오니까 불안해졌어요. '이거 끝나면 어떡하지? 니트컴퍼니 두 번이나 했는데… 이제 뭐 하지?'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라고요. 우울해 보신 분들은 알 거예요. 몰려오는 게 느껴져요. 아직 다가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힘들어요. 지겹고 넌덜머리가 났어요. 그 와중에 집으로 가는 지하상가에서 예쁜 양말을 봤어요. 전 양말을 즐겨 신지 않아요. 영하 40도인 곳에서 오래 살았는데 그때도 잘 안 신었어요. 근데 양말을 샀어요. 서른이 넘어서 제 돈 주고 처음 산 양말이었어요. 니트 친구들에게 첫 양말을 샀다고 했더니 딱 저 같은 양말을 찾았대요. 양말 사는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해주는 거예요. 첫 양말을 나눠줘서 고맙다는 말도 들었어요. 그때, 마주한 다정한 마음들을 차곡차곡 모아뒀다가 나중에 어둠 속 서랍에서 언제든 꺼내보면 좋겠다 싶었어요. 이 사람들 덕분에 내 일상이 꽤 근사해졌거든요. 알리고 싶었어요.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닿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다정해졌으면 좋겠단 마음으로 『다정한 건 오래 머무르고』라는 에세이를 냈어요. 바쁜 와중에도 내면에서 또 올라와요. 이제는 취미가 생겼어요. 제 책 제목을 검색해 봐요. 모르는 사람들이 글을 올려줘요. 선물로 주고받기도 하고, 여수에선 품절이라 아쉬웠는데 강릉 서점에 갔더니 한 권 남아있어서 샀다고 행복하대요. 요즘은 이렇게 제가 위로받아요.

두 번째 책 '여름으로 지어진 곳'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멀리서 보면 은희와 산이의 먹먹하고 예쁜 여름의 첫사랑 이야기예요.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은희는 저이기도 하고 우리 모두이기도 해요. 산이의 성별은 나오지 않아요. 산이는 니트 친구들이기도 하고 제 친구 아진이 이기도 해요. 우린 20년 동안 세 번이나 절교했어요. 이번에 다시 친구가 되었을 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으로 또 싸우겠지. 우리는 또 절교할 수도 있어. 그래도 네 옆에 있어 주고 싶다.』 익숙함에 속아서 소중함을 잊지 말라고 하잖아요. 전 반대예요. 너에게 당연한 사람이 되고 싶다. 당연히 옆에 있는 사람, 내가 주는 배려, 사랑 그리고 우정 전부 그저 받기만 해도 되는 친구로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어쩌면 그 마음은 제가 아진이에게 받고 싶은 마음이었겠죠? 산이는 그런 존재예요.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에게도, 앞으로 만날 사람들에게도 산이 같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어요. 『다정한 건 오래 머무르고』라는 책을 내고 나서부터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이러고 있어도 되나 싶은데, 이러고 있어도 된다고 얘기해 주는 사람들을 만났거든요. 우린 아마 취업을 계속 안 할 수도 있어요. 여전히 우울할 수도 있고요. 그렇지만 이 친구들과 계속해서 내일을 함께하고 싶어요. 우리 앞에 놓인 무수한 날들이 기대돼요. 매일 똑같은 얘기를 해도, 매일 웃어요. 행복해요. 다음 책엔 귀여운 글을 담아보고 싶어요. 독립출판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다들 귀여웠거든요! 들어줘서 고마워요☘️


소운 작가님의 독립출판물

여름으로 지어진 곳

산이는 자꾸만 나를 꿈꾸게 만든다. 밤 비에, 얕은 바람에, 쏟아질 것 같은 공기 사이로 흩날리는 하얀 꽃잎, 다정한 눈망울 그리고 산이. 나도 좋아해. 산이가 내 마음에 지어준 여름이면 충분했다. 찰나이기도, 영원이기도 했던 때.

다정한 건 오래 머무르고

서른이 넘어서 처음으로 내 돈 주고 양말을 샀을 뿐인데 사람들이 나의 첫 양말을 축하해 줬다. 처음인데도 누가 봐도 내 양말 같은 걸 찾았다고 재능이 있다고 말해줬다. 처음을 나눠줘서 고맙다는 말도 들었다. 이 사람들 덕분에 내 일상이 꽤 근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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