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서한볕
서한볕

천천히 꼼꼼하게 쓰고 그리고 만듭니다.


안녕하세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한볕입니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립니다. 1인 출판사 '포동프레스'를 운영 중인데요. 포동프레스의 ‘포동’은 제 개 ‘포동이’에게서 빌렸습니다. 작가로도 출판인으로도 모두 초보라 더럭 겁이 날 때도 많지만 '천천히 꼼꼼하게'라고 되뇌며 느릿느릿 나아가고 있습니다. 달팽이처럼 낑낑대며 기어갔더니 첫 책이 나와서 조금 어리둥절합니다.

어떤 책을 독립출판하셨나요?

2023년 2월 첫 책 <팟캐스트를 듣다가>를 출간했습니다. 전자책은 같은 해 4월에 나왔습니다. 부제는 '보내지 못한 사연, 달지 못한 댓글'인데요. 영화 보고 쓰면 '영화 에세이', 책 읽고 쓰면 '독서 에세이' 식으로 에세이 형식도 다양하잖아요. 저는 팟캐스트를 듣고 떠오른 기억과 생각을 한 권 분량으로 담았으니 <팟캐스트를 듣다가>는 아무래도 '팟캐스트 에세이'겠죠. 초고에는 '팟캐스터들의 말'이 인용구 처리되어 있었지만 퇴고 과정에서 뺐어요. 제가 아무리 잘 옮겨도 '말'을 '글'로 옮기는데 한계가 있는데다 책에 언급된 팟캐스터들의 목소리를 한 분이라도 직접 듣고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했습니다. 타인의 목소리에 기대 겨우 잠드는 분들에게 닿고 싶어서 쓰고 그린 책입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독립출판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퇴고하면 기성 출판사에 투고할 계획이었고 실제로 투고했어요. 그런데 투고 메일 발송 버튼을 누른 순간 깨달았어요. 아, 이거 안 되겠구나.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간 연습생 같은 마음이었는데 무대에 서자마자 '아, 나 떨어지겠다' 싶었던 거죠. 그래서 그날 바로 살길을 도모했고 그게 바로 독립출판이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관련 도서, 인터넷에 흩어진 정보를 그러모아 집에서 혼자 만들었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의 여러 특성,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독립출판 관련 수업을 듣거나 책 만들기 모임에 참여하진 못했어요. 온갖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초판이 집에 도착한 날 한 출판사에서 마지막 거절 메일을 받았어요. 예감이 틀리지 않았던 거죠. 씁쓸하다기보다 조금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초고의 재료가 된 일부 원고는 출간 1년여 전부터 글쓰기 플랫폼에 조금씩 썼던 글을 모았어요. 그냥 혼자 묵묵히 썼어요. 나중에 거의 다시 쓰다시피 최종 퇴고하긴 했지만 소중한 씨앗이 되어준 글입니다. 보통 출판사에 투고하면 "1~2달 안에 답을 주겠다"고 해요. 저는 답을 기다리는 동안 최최최종 퇴고하고 일러스트 그리고 편집해서 종이책을 낸 셈이죠. 그 과정에 1인 출판사도 차렸고요.

작가님에게 독립출판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독립출판, 참 쉽다" 또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식의 문구를 온라인에서 자주 접했어요.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제겐 독립출판의 매 단계가 힘들고 어려웠어요. 울고 싶을 정도로요. 종이책 편집에 사용하는 인디자인 프로그램을 처음 열었던 날이 생각나는데요. 아무렇게나 그어 놓은 선 하나를 지우지 못해서 사흘 동안 낑낑대는 제가 너무 한심했어요. 전자책 만들기에 사용하는 시길이란 프로그램에 처음 접속했던 날에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작정 덤빈 제가 바보 같았어요. 그렇지만 종이책을 비롯해 전자책까지 전 과정을 혼자 만드는 독립출판을 해놓고 보니 뿌듯해요. 물론 인디자인과 시길 프로그램은 당분간 쳐다보고 싶지 않지만요. 눈이 아파서요. 저는 앞으로도 계속 책을 쓸 겁니다. 누군가에게 뽑히지 않더라도 스스로 만들어서 공급할 수 있도록 1인 출판사도 차렸고요. 물론 다른 출판사의 자본과 노동력을 활용해 협업할 수 있다면 좋겠죠. 그렇지만 세상일이 제 뜻대로만 흘러가는 건 아니니까요. 책 만드는 일이 재미있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독립출판은 저한테 뭐냐면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글’ 또는 ‘그림’에 물성을 부여해 유통망에 연결해줄 안정적인 창구, 출간 제안이나 원고 청탁이 없더라도 그 자체로 책을 낼 동기가 되어주는 러닝메이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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