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싶하보
일락, 민정, 다흰, 예빈, 화용! 다섯 여자입니다.
나이도, 사는 곳도 모두 다른 다섯 사람이 어떻게 함께 책을 만들게 됐나요.
민정) 우연히도 서로를 알게 된 건 성북구 부비프책방의 글방 모임에서였어요. 글방은 코로나로 오랫동안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는데요, 작년 4월 6일 처음으로 32기의 글방 모임을 오프라인으로 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팩소주를 마시면서요. 그날은 꼭 가고 싶어서 써지지도 않는 글을 어찌어찌 마무리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프라인 모임은 생각보다 더 좋았어요!! 이미 알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마주하여 떨리는 목소리로 글을 나누고, 마음에 드는 부분에 그어지는 연필 소리를 가까이서 듣고, 실제로 눈을 마주치며 좋은 점을 나누고, 각자 싸온 안주와 술을 홀짝거리는… 그냥 좋은 추억으로 끝날 뻔했는데, 일락님께서 독립출판을 제안해주셨고 만장일치로 같이 해보기로 했어요. 저희끼리는 글을 쓰고 나누는 시간과 나누어진 글과 마음이 모두 좋고 의미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닿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욕망과, 혹 아니더라도 이 사람들이랑 책을 만들어볼 수 있다면, 그리고 내 글이 책이라는 형태로 나올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라는 작은 소망을 가지고요. 독립출판은 모두 처음이라 막막하긴 했지만 일단 저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모아보기로 했습니다.
<싶싶한 하루 보내세요> 제목의 의미, 부제를 욕망 에세이라고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락) 처음부터 이 제목을 생각한 건 아니었고요. 서로의 글을 모아보니까 ‘하고 싶은 것’에 관한 글이 압도적으로 많더라고요. 그때 제가 출판편집자일 때 썼던 ‘싶싶하다’라는 에세이 기획안이 떠올랐어요. 혼자서 브런치에 몇 편 써보기도 했는데, 저희 글에 정말 ‘착붙’인 제목 같더라고요. 편집자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제목이나 부제가 막혔을 때 책 안에 답이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욕망’이라는 단어는 민정님의 글 제목에서 발견한 단어예요. ‘욕망’이라는 단어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누구나 자기 내면에 품고 있는 욕망이 있고, 없더라도 너무나 찾고 싶잖아요. ‘하고 싶은 것’에 관해 쓴 저희의 글을 포괄할 수 있는 두 글자라고도 생각해서 부제로 올리게 되었습니다.
독립출판 과정 속에서 각자의 역할분담은 어떻게 정했나요.
예빈) 역할은 자연스럽게 정해진것같아요. 처음에 같이 독립출판을 하자고 제안해주신 일락님께서 총편집을 맡아주셨고, 디자인은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냐 지원을 받았는데 제가 해보겠다 했어요. 그렇게만 먼저 정해둔 다음 글을 쓰는 기간을 길게 가졌어요. 그 후에 책이 나오는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들이 계속 생겨나더라구요. 먼저 텀블벅에 필요한 글을 다흰님이 써주셨는데, 그때 처음 아 우리 글이 이렇게 묶이는 구나, 멋지게 정리를 잘해주셔서 출발이 잘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인스타그램 계정을 화용님이 만드셔서 홍보에 엄청 힘써주셨어요. 꺼지지 않는 불 같은 것을 화용님께서 계속 만들어주셨습니다. 책이 나온 후에 독립서점 입고 관련해서는 민정님이 많이 애써주셨어요. 이렇게 크게 역할이 나뉘긴 하지만, 역할 간의 엄격한 구분 없이 다들 각자의 몫을 열심히 해주신 것 같습니다. 다섯이기 때문에 할 수 있었어요.
책을 만들고 이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민정) 아직도, 앞으로도 꽤 오래 얼떨떨할 것 같기는 한데요, 정말 잘하면 책 언저리에서 먹고 살 수도 있겠구나라는 믿음이 전보다 커졌어요. 그리고 저는 평소 스스로를 잘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인데 책을 팔려고 생각보다 많은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다 보니 나를 드러내고 말하는 것에 조금 뻔뻔해졌어요. 좋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일락) 저는 거의 10년간 콘텐츠 에디터로 일해 왔는데요. 뒤에서 다른 사람을 빛나게 하는 일을 하다가 제가 전면에 나서는 일을 해보니, 굉장히 낯설면서도 솔직히 좋았어요. ‘내가 의외로 관심받는 걸 좋아하는구나’를 느끼는 요즘입니다. 다흰) 책을 만드는 일은 아주 작은 비즈니스의 의사결정권자가 되어보는 경험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머릿 속 생각에 불과했던 것을 글로 써서 책이라는 아웃풋으로 만들어내고, 그것을 유통하고 매출과 수익도 관리해야 하니까요.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합리적인 선택도 필요해요. 사실 제가 피고용인일 때는 몰랐던 부담도 어느 정도 경험했어요.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닌, 귀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제가 직장으로 돌아간다면 이전과는 달라진 책임감과 오너십으로 업무에 임할 것 같아요. 예빈) 친구들 사이에서 서작가 라는 새로운 별명이 생긴 것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에요. 나머지는 아직 크게 실감을 못하고 있는데 얼마전 북페어를 하고 나서 셀러라는 새로운 자아를 살짝 느꼈던 것 같습니다. 화용) 나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구나, 라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저는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또 제 성에 안 차서 표정이 구겨지곤 해요. 그런데 이번에는 마치 오케스트라 협연을 하듯 각자 맡은 악기의 소리도 다르고, 글쎄 연주를 잘하기까지 하는 다섯 명이 함께 만난 거예요. 혼자였다면 이런 멋진 책을 만들지 못했을 거예요. 철저한 개인주의자였던 제겐 참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싶하보 작가님의 독립출판물
욕망 가득한 우리의 문장이 어떤 이에게 잊고 지냈던 ‘싶’을 만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사무적인 인사 대신, 모두가 하고 싶은 걸 하나쯤 할 수 있는 하루를 보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인사를 건넨다. "싶싶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