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후 우리는 서로를 잃는다4화 / 전 21화0

1부 스물하루 전

4화. 완벽하게 덮이면 아무도 열어보지 않는다

문세연


여섯 해 전 겨울, 여의도 공개홀 3층 분장실에서는 스팀 다리미 냄새가 났다. 지하 3층 B동 대기실에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새벽 네 시 십이 분이었다. 거울 둘레의 전구는 켜지 않았다. 스탠드 하나를 바닥에 놓고 각도를 위로 올려 그의 오른쪽 얼굴만 비스듬히 받게 했다. 그는 접이식 의자에 앉아 벽을 등졌고, 나는 그 앞에 쭈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췄다. 모자는 벗겨서 내 무릎 위에 얹어뒀다.

투명 자를 세워 광대 쪽 부풀어 오른 자리부터 읽었다.

“0.1밀리 늘었어요.”

그가 눈만 거울 쪽으로 돌렸다.

“그게 길이예요, 높이예요?”

“높이요. 길이는 4.2 그대로예요. 가장자리가 어제보다 말려 올라왔고요.”

“말려 올라왔다는 게 무슨 뜻인데요.”

“속이 마르는 속도보다 겉이 굳는 속도가 빠르다는 뜻이에요.”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나는 그걸 종이에 그렸다. 어제 그린 선 옆에 오늘 선을 겹쳐 놓으니 광대 쪽에서 두 선이 벌어졌다. 나는 노트를 들어 그의 눈앞에 폈다.

“지금 병원에서 정리하면 두 바늘이에요. 일주일 뒤면 두 바늘로 안 끝나요.”

그는 노트를 보지 않았다. 오른손은 후드 주머니에 그대로 둔 채 턱을 조금 들었다. 그건 대답이 아니라 문을 닫는 동작이었다. 나는 노트를 접고 장갑을 바꿔 꼈다.

바탕을 얹기 전에 그가 물었다.

“이거, 조명 들어가면 진짜 안 보여요?”

퍼프를 손등에 세 번 두드려 여분을 털었다.

“완벽하게 덮이면, 아무도 열어보지 않아요.”

그 겨울에 나는 아직 브러시를 씻는 사람이었다. 백은주 밑에서 이 년째였고, 손에는 늘 클렌징 오일 냄새가 배어 있었다. 그날 저녁 3층 분장실에는 여자애 넷이 검은 어깨끈 의상을 입고 앉아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벽 쪽 의자에 혼자 떨어져 앉아 있었다. 열아홉이라고 했다. 왼쪽 어깨뼈 아래에 가로로 7센티, 가운데가 검고 가장자리가 노랗게 번진 멍이 있었다.

내가 손등을 대자 그 애는 숨을 반쯤 참고 웃었다.

“안 아파요, 진짜로요.”

“팔 한번 올려볼래요?”

그 애는 팔을 들다가 팔꿈치 높이에서 한 번 멈췄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마저 올렸다. 그걸 본 사람은 나뿐이었다.

백은주가 뒤에서 손목시계를 봤다.

“노랑 뜨면 조명에서 다 잡혀. 열두 분 남았다. 얼굴은 내가 잡을 테니까 너는 어깨만 해.”

나는 실리콘 베이스를 손끝에 덜어 체온으로 녹인 다음 멍 위에 얇게 밀어 넣었다. 살 위의 미세한 울퉁불퉁함을 눌러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이었다. 두 번 밀자 검은 가운데가 한 톤 흐려졌고, 노란 가장자리는 오히려 또렷해졌다. 그 위에 색상 보정용 화장품을 두 겹 올렸다. 노란 기 위에 연보라를, 검은 기 위에 살구색을 브러시 끝으로 톡톡 얹고 손가락 옆면으로 경계를 문질러 지웠다. 한 겹에서 멈추면 조명 아래에서 보라가 돌고, 세 겹을 올리면 어깨가 두꺼워 보인다.

“그거 옷 끈 닿는 자리예요.” 의상 담당이 지나가면서 말했다. “묻으면 저 죽어요.”

“안 묻어요.”

그 애가 거울 속으로 나를 봤다.

“춤추다가 지워지면 어떡해요?”

“안 지워져요. 대신 문지르지는 마요.”

피부색을 세 번에 나눠 펴 발랐다. 한 번에 두껍게 올리면 조명 아래에서 어깨만 다른 사람 것처럼 떠 보인다. 마지막으로 고정용 스프레이를 30센티 거리에서 뿌리고,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손등으로 눌러 온도를 확인했다. 미지근했다. 손등에 아무것도 묻어나지 않았다.

백은주가 지나가면서 내 어깨를 툭 쳤다. 그리고 거울 속 그 애에게 말했다.

“완벽하게 덮이면, 아무도 열어보지 않아요.”

그 애는 세 곡 내내 팔을 끝까지 올렸다. 나는 무대 옆에서 그걸 봤다. 두 번째 곡의 후렴에서 조명이 흰색으로 바뀌었을 때 나도 모르게 반걸음 앞으로 나갔는데, 어깨는 그냥 어깨였다.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무대에서 내려온 그 애가 나를 보고 웃으면서 어깨를 두 번 문질렀고, 나는 문지르지 말라고 말했다. 그 애는 알겠다고 했다.

지금 내 앞에 앉은 얼굴은 그때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멍은 평평하지만 이건 솟아 있다. 솟은 것은 색으로 죽일 수 없어서 빛으로 죽여야 한다. 나는 부푼 자리 위쪽에 반 톤 어두운 색을 손가락으로 밀어 넣고, 아래쪽에는 밝은 색을 얇게 깔았다. 고정 스프레이를 뿌린 뒤 마르기를 기다리는 60초 동안 우리는 할 일이 없었다.

내가 무심코 그 이야기를 흘렸던 모양이다. 어깨 멍을 덮어서 무대에 올려보낸 적이 있다고. 그것도 열두 분 만에 했다고. 자랑처럼.

그가 거울을 보며 물었다.

“그 사람은 지금 뭐 해요?”

스프레이 캡 닫는 소리가 유난히 컸다.

“모르겠어요.”

“안 찾아봤어요?”

나는 손등을 그의 광대 아래에 대고 온도를 확인했다. 아직 축축했다. 20초 더 필요했다.

“연습생은 많이 그만둬요.”

“그건 대답이 아닌데.”

여섯 해 전 겨울에 나는 그 어깨를 열두 분 만에 지웠고, 그 뒤로 백은주 밑에서 화상 흉터를 덮는 법을 배웠고, 독립해서 삼 년을 그 문장 하나로 먹고살았다. 그 밤을 백 번쯤 떠올렸다. 면접에서도 두 번 써먹었다. 그런데 그 애가 다음 주에 무대에 섰는지, 그다음 달에 데뷔했는지, 그 어깨를 결국 병원에 가져갔는지는 한 번도 알아본 적이 없었다.

나는 노트를 폈다. D-19, 솟은 정도 0.1, 1주차 리허설 800밝기. 그 아래 줄에 볼펜을 대고 있다가 그냥 뗐다.

작업이 끝나고 그가 다시 모자를 눌러쓰는 동안, 나는 화장품 가방을 정리하는 척하면서 휴대폰을 꺼냈다. 검색창에 그 애 이름을 쳤다. 두 글자는 나왔다. 성이 나오지 않았다. 성 없이 검색하면 세상에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이 몇천 명이었다.

문이 열리고 복도 불빛이 들어왔다.

“오늘 저녁에 화보가 하나 붙었습니다.” 하도균이 문틈으로 얼굴을 넣고 말했다. “자정에 지우는 것까지 봐주시죠.”

그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문을 닫았다. 손 안에서 화면이 저절로 꺼졌다. 나는 휴대폰을 뒤집어 화장품 가방 안쪽 주머니에 밀어 넣고 지퍼를 끝까지 당겼다.

그가 일어서면서 오른손을 후드 주머니에 다시 넣었다.

“내일도 네 시요?”

“네 시 십 분에 올게요. 그 전엔 세수하지 마세요.”

그가 나가고 나는 쓴 퍼프를 지퍼백에 따로 담고, 접이식 의자를 접어 벽에 세웠다. 바닥에 놓인 스탠드는 아직 뜨거웠다. 스위치를 발로 눌러 끄자 방이 캄캄해졌고, 나는 어둠 속에서 화장품 가방 지퍼를 한 번 더 만져보고 나서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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