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스물하루 전
3화. 34도의 경계선
스모크 머신이 물을 끓이는 소리로 시작됐다. 안개가 조명 빔을 타고 옆으로 흐르자 조명팀이 손을 흔들어 팬을 껐다.
“얼굴에 걸리면 안 돼요. 오른쪽으로만 흘려주세요.”
조도계 판이 재이의 광대 앞에 세워졌다. 막내가 숫자를 읽었다.
“802입니다.”
나는 파우더 통 뚜껑을 닫으면서 노트에 D-20, 촬영 조도 800이라고 적었다. 오전 열한 시, 스튜디오 A동. 촬영 일정표 맨 윗줄에는 티저 삼십 초와 프로필 사진 네 컷이 적혀 있었다. 무대 세트도, 의상 체인지도 없는 일정이었다. 검은 벽 앞에 의자 하나, 카메라 두 대, 모니터는 왼쪽 벽에 붙어 있었고 하도균 이사는 모니터 옆 접이식 의자에 앉아 태블릿을 무릎에 세워두고 있었다. 왼쪽 얼굴과 목은 소속사 팀 어시스턴트가 맡았다. 그 애는 브러시를 들고 재이의 왼쪽에 서서 내 손 쪽은 보지 않았다.
첫 컷 전에 재이의 오른뺨은 33.4도였다. 이마에 대는 온도계를 광대에서 3센티미터 띄워 재고 노트에 적어두었다.
“티저니까 얼굴만 갑니다. 상체 위로만.”
감독이 손가락으로 화면을 반 갈랐다. 소규모라는 말을 두 번 했다. 조명기는 여덟 대였고, 그중 오른쪽 세 대가 재이의 얼굴로 들어왔다. 팬을 끈 스튜디오는 삼십 분 만에 데워졌다. 조명기 안쪽 팬 돌아가는 소리가 낮게 깔렸고, 그 소리 위로 감독의 목소리가 얹혔다. 첫 곡 후렴 여덟 마디를 여섯 번 갔다. 재이는 여섯 번 같은 자리에서 고개를 들고 같은 각도로 턱을 돌렸다. 다섯 번째 촬영에서 셔츠 등판이 젖어 검게 번지는 게 보였다.
한 시간 지점에 온도계를 다시 댔다. 34.0도였다. 물병을 건네자 재이는 왼손으로 받아 반쯤 마시고 돌려주었다. 오른손은 후드 주머니에 그대로 있었다.
“몇 도예요.”
“서른넷이요.”
“기준이 몇이에요?”
“서른넷 아래요.”
그는 대답 대신 물병을 내 쪽으로 한 번 흔들었다. 감독이 다시 손을 들었고, 여덟 마디가 일곱 번째로 돌았다.
한 시간 사십 분 뒤에 34.6도였다.
그때부터 경계선이 보였다. 광대 아래 1.5센티미터 구간에서 얹은 것이 피부보다 반 박자 늦게 움직였다. 그가 숨을 들이켤 때 뺨이 먼저 올라가고, 그 위의 층이 그다음에 따라왔다. 땀이 흉의 말린 가장자리에 고여 아래에서 위로 밀고 있었다. 모니터로는 아직 아무것도 안 보였다. 렌즈가 24밀리에서 50밀리로 바뀌는 순간 보일 거라는 건 숫자가 아니라 감이었고, 나는 감을 믿지 않으려고 자를 꺼내 그 구간을 눈으로 다시 읽었다. 1.5. 어제 노트에 적어둔 것보다 3밀리 길었다.
“컷. 렌즈 갈게요. 삼 분.”
케이블 뭉치를 넘어가면서 걸음을 셌다. 스무 걸음이었다. 어시스턴트가 브러시를 들고 일어나려는 걸 손으로 막았다.
“오른쪽만이요. 앉아 계세요.”
재이 앞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 조명 각도에서 얼굴을 빼냈다. 광대 아래에 물기가 얇게 번져 있었고, 그 아래 가장자리에서 진물이 실처럼 가늘게 배어 있었다. 티슈로 닦으면 얹은 것이 함께 벗겨진다. 나는 닦지 않고, 거즈를 네 번 접어 모서리를 세웠다. 모서리만 고인 자리에 대고 셋을 셌다. 거즈가 빨아들이는 동안 손목은 공중에 띄워 두었다. 눌러 붙이면 그 자리가 파인다.
“숨 참지 마세요. 얕게만.”
“참으면 어때요?”
“턱이 올라가요.”
거즈 모서리를 두 번 바꿔 댔다. 가장자리 안쪽으로 1밀리, 다시 1밀리. 세 번째 모서리에는 색이 묻어 올라왔다. 그만큼은 다시 채워야 했다. 오십 초가 갔다.
“이 분 남았어요.”
연출 기록원이 문 쪽에서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였다.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남은 시간에 반 톤 두꺼운 색을 올렸다. 원래 쓰던 톤 위에 한 겹 더, 굴리지 않고 위에서 눌러 세웠다. 세우면 경계가 두꺼워지는 대신 시간이 벌린다. 퍼프를 두 손가락으로 집어 손목 힘을 빼고 스물세 번 눌렀다. 세는 걸 멈추지 않으면 손이 흔들리지 않는다. 마지막 삼십 초에 파우더로 잠갔다.
재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굴을 조명 반대쪽으로 조금 돌려 두었다. 숨은 얕았다. 목 옆에서 맥이 뛰는 게 보였고, 그 리듬에 내 손끝이 미세하게 맞춰 흔들렸다. 나는 손을 뗐다.
“가요.”
감독이 손을 들었고 나는 뒤로 물러났다. 50밀리가 그의 오른뺨을 화면 가득 채웠다. 광대에서 눈꼬리까지가 모니터 폭의 절반이었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프로필 사진 세팅을 바꾸는 사이 재이는 거울 앞에 앉았다. 오른손은 후드 주머니에서 나오지 않았다. 거울 속의 자기 광대를 손대지 않고 오래 봤다.
“방금, 뭘 한 거예요?”
“두께를 반 톤 올렸어요.”
“그게 되는구나.” 그가 턱을 조금 옆으로 움직여 빛을 바꿔 봤다. “그럼 계속 되는 거예요?”
“오늘은 됐어요.”
“오늘은.”
그는 그 말을 거울에 한 번 더 붙였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카운터 끝에 노트를 펴서 적었다. 커버 두께 +0.5톤. 경계 들뜸, 두 시간 십 분 지점. 뺨 34.6도. 그 아래 줄에 이 사람은, 이라고 쓰다가 자를 꺼내 글자 위에 직선을 한 번 그었다. 자를 3밀리 내려 한 줄 더 그었다. 두 줄 사이에 갇힌 글자는 그래도 읽혔다. 노트를 덮었다.
모니터 앞의 하도균 이사가 세 컷을 돌려 보고 나를 불렀다. 태블릿 화면에는 방금 그 바짝 당겨 찍은 컷이 멈춰 있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두 번 확대해 광대 아래를 키웠다.
“다들 봤죠. 문제없습니다.”
“두 시간 십 분에 한 번 무너졌습니다. 조명 팔백에서요.”
“그런데 안 무너진 걸로 남았잖아요.” 그가 태블릿을 무릎에서 내려놓았다. “꿰매는 수술은 컴백 뒤에 하시죠. 지금 병원 들어가면 얼굴에 실이 보이는 상태로 삼 주를 보내는 겁니다.”
“이틀 동안 부푼 높이가 0.2밀리 올랐습니다. 하루에 0.1밀리씩, 같은 기울기였고, 오늘은 더 빨랐어요. 이대로 굳으면 표정 근육이 그 위를 못 지나갑니다. 웃을 때 갈라져요.”
“오늘 갈라졌습니까?”
“오늘은 안 갈라졌습니다.”
“우리가 합의한 삼 주는 무대까지입니다. 병원은 그다음이고요.” 그가 일어나 태블릿을 겨드랑이에 끼웠다. “다음 주 리허설은 천으로 올립니다. 본 무대는 천이백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천이백에서는 오늘 그 1.5센티미터가 렌즈에 걸립니다.”
“그래서 문세연 씨를 부른 겁니다.”
그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감독 쪽으로 갔다. 노트를 다시 펴서 적을 게 하나 늘었다. 1000, 1200. 두 숫자 사이에 화살표를 그었다.
복도 세면대에서 손을 씻었다. 손끝에 남은 파우더가 비누보다 늦게 풀렸고, 두 번 헹궈도 손가락 사이에서 계속 미끄러졌다. 세 번째로 헹구고 물을 잠갔다. 젖은 손을 조끼에 닦고 노트를 펴서 800 옆에 통과라고 썼다. 글자를 쓰는 동안 볼펜이 종이 젖은 자리에서 한 번 미끄러졌다. 통과라는 글자만 한쪽으로 기울었다.
스튜디오 문 앞에서 음료 담당 막내를 붙잡았다.
“얼음 있어요?”
“컵에 담아드릴까요?”
“봉지에요. 두 개면 좋겠어요.”
막내는 이유를 묻지 않고 아이스박스를 열었다. 봉지에 담아 온 얼음이 손바닥에서 곧 녹기 시작했고, 물이 손목 안쪽으로 흘러 조끼 소매를 적셨다. 오후 컷은 한 시 반이었다. 그때까지 그 뺨을 34도 아래로 내려놓아야 했다. 나는 봉지를 가슴 쪽으로 안고 안개가 흘러나오는 문을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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