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후 우리는 서로를 잃는다13화 / 전 21화0

3부 지운 자리

13화. 지워지지 않은 자리

문세연


티슈를 두 장 겹쳐 쥐고 왼쪽 뺨부터 지웠다. 자정 십이 분이었다. 문은 로드매니저가 끼워 넣은 접이의자 다리에 물려 한 뼘쯤 열려 있었고, 복도 끝 자판기 앞에 로드매니저가 앉아 이어폰을 꽂고 무릎을 흔들고 있었다.

이마와 목부터 걷었다. 목에는 셔츠 깃에 눌린 경계가 남아 있어서 두 번 밀어야 색이 풀렸다. 왼쪽 뺨은 분장을 얹지 않은 쪽이라 두 번 닦으면 끝났다. 오른쪽은 아래부터 위로, 상처 바깥에서 안쪽으로 방향을 정해두고 손을 옮겼다. 오일은 티슈 가장자리에만 적셨다. 광대 아래를 눌러 이십 초 기다리고, 색이 풀리면 한 방향으로만 밀어냈다. 여섯 해 동안 남의 얼굴에서 이 순서를 바꿔본 적이 없었다.

손등을 뺨에 댔다. 어제와 같은 온도였다. 자는 꺼내지 않았다. 부푼 자리는 엄지 지문의 두 번째 골에 걸렸다. 어제는 첫 번째 골이었다. 상처 위쪽에 진물이 다시 맺혀 있어서 티슈 끝을 세워 걷어냈다.

노트는 화장대 위에 어젯밤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어제 칸의 숫자 옆에 그가 볼펜으로 쓴 네 글자도 그 자리에 있었다.

“안 적어요?”

그가 거울을 보며 물었다.

티슈를 접어 새 면을 만들었다. 노트는 덮지도 넘기지도 않고 두었다.

“사나흘, 오늘까지예요?”

“내일까지예요.”

그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목에서 맥이 두 번 뛰는 것이 손등에 닿았다.

“주아는 뭐라고 했어요.”

접힌 모서리를 손톱으로 밀어 각을 맞췄다. 각을 맞추는 데 필요한 시간보다 오래 맞췄다. 복도를 지나가던 조명팀 여자가 문틈으로 손을 흔들었다.

“먼저 갑니다.”

그가 왼손을 들어 답했다. 잠시 뒤 이어폰 줄이 벽을 스치는 소리가 나고, 로드매니저가 일어서면서 캔을 쓰레기통에 던졌다.

“차 좀 빼고 올게요, 오 분.”

접이의자가 끌려 나가고 문이 닫혔다. 문틀에 닿는 소리가 두 번 났다. 한 번은 닫히는 소리, 한 번은 걸쇠가 눌려 들어가는 소리였다.

티슈가 그의 광대 위에서 멈췄다. 아직 지우지 않은 분장이 일 점 오 센티미터 남아 있었다. 색이 반 톤 진하게 얹힌 그 자리만 조명 아래에서 다른 재질로 보였다. 엄지 아래로 맥박이 뛰었다. 아까보다 빨랐다.

그가 왼손을 들어 내 손목을 감쌌다. 붕대를 감지 않은 쪽이었다. 손가락이 손목 안쪽 맥박점에 걸렸다. 티슈가 손에서 빠져 무릎을 지나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그것을 줍지 않았다.

의자 발이 바닥을 짧게 긁었다. 등받이가 반 바퀴 돌아 거울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거울에 있던 것이 눈앞으로 왔다. 반 뼘이었다. 그 다음이 사 센티미터였다. 그 다음에 그의 무릎이 내 정강이에 닿았다.

숨이 내 입술 아래에 닿았다가 멈췄다. 멈춘 채로 한참 있었다. 나는 오른손을 상처에서 떼어 그의 왼쪽 턱으로 옮겼다. 그쪽은 아무것도 얹히지 않은 살이었다. 면도한 지 하루쯤 된 감촉이 손바닥에 걸렸다. 천장에서 형광등이 한 번 지직거렸다. 입술이 닿았다.

닿고 나서 둘 다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오른손은 후드 주머니 안에 있었다. 왼손만 내 손목을 놓지 않았다. 잡은 힘이 조금 세졌다가 그대로 있었다. 나는 턱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손가락 세 개가 턱뼈 아래 오목한 자리에 걸려 있었다.

두 번째로 닿았을 때 숨이 조금 길어졌다. 코끝이 내 뺨의 뼈에 닿았다. 나는 눈을 감았다. 턱 아래에서 뛰는 것이 손가락 세 개에 고르게 닿았다. 위층 어디선가 물이 관을 타고 지나갔다. 그의 왼손이 내 손목에서 미끄러져 팔뚝 중간에서 다시 멈췄다. 복도 저쪽에서 화물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종소리가 났다. 문이 열렸다가 아무도 내리지 않고 닫혔다.

나는 물러섰다.

의자와 무릎 사이가 다시 벌어졌다. 손바닥을 바지에 두 번 문질렀다. 무릎에 흙이라도 묻은 것처럼 문질렀다. 오른쪽 뺨의 분장은 반이 남아 있었다. 남은 경계가 아까보다 일그러져 있었고, 그 위쪽 진물은 다시 맺혀 있었다.

지워야 했다. 남은 반을 지우려면 티슈에 오일을 적셔 상처 바깥부터 눌러 들어가야 했고, 그 과정은 삼 분이 걸렸다. 나는 화장품 가방에서 멸균 거즈 한 장만 꺼내 광대에 얹었다. 분장 위에 거즈를 얹는 일은 스무 날 동안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테이프도 붙이지 않았다. 거즈는 아직 남은 기름기 위에서 저 혼자 붙어 있었다.

“내일 새벽 네 시요.”

그가 입을 열었다. 숨을 들이켜는 어깨가 한 번 올라갔다.

나는 화장품 가방 지퍼를 올렸다. 지퍼가 끝까지 올라가는 소리가 그 말 위를 지나갔다. 거울을 보지 않았고, 그가 나를 보고 있었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브러시통을 세우고, 뚜껑 열린 오일 병을 닫았다. 바닥에 떨어진 티슈는 그냥 두었다. 문을 열자 복도 끝에서 자판기의 냉각기가 돌고 있었다.

계단으로 갔다. 화물 엘리베이터를 부르면 종소리가 한 번 더 날 것 같았다. 두 층을 올라와 계단 참에서 화장품 가방을 열고 노트를 꺼냈다. 열다섯째 밤 칸이 비어 있었다. 볼펜을 쥐었다가 그대로 덮고 다시 넣었다.

계단 참 벽에 소화전 유리가 붙어 있었다. 그 앞을 지나다 발을 멈췄다. 유리에 비친 얼굴의 아랫입술 옆에, 반 톤 어두운 자국이 삼 밀리미터쯤 묻어 있었다. 손등으로 문질렀다. 색이 옅어지면서 손등으로 옮았다. 검지에 침을 묻혀 다시 문질렀다. 입술 옆 살이 당겨졌다가 놓였다. 세 번째에 자국이 사라지고 그 자리가 뜨거워졌다. 얼굴을 유리에 더 붙여 확인했다. 색은 없어졌고 문지른 데만 붉었다. 손등에 옮은 색은 바지 허벅지에 문질러 지웠다. 손등에서 클렌징 오일 냄새가 났다. 손톱 밑에서도 같은 냄새가 났다. 한 층을 더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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