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덮는 손
10화. 흉의 결이 맞닿는 새벽
그는 그 전화를 다시 말하지 않았다.
다섯 시간 뒤, 아홉째 새벽 네 시 이십 분. 연습실 지하 B동 대기실에 들어갔을 때 그는 이미 접이식 의자에 앉아 화장대 쪽으로 몸을 틀어놓고 있었다. 모자는 무릎에 있었고, 오른손은 후드 안이 아니라 허벅지 위에 얹혀 있었다. 사흘째 그렇게 놔둔다.
지우는 순서는 정해져 있다. 이마, 코, 왼뺨, 목, 마지막에 오른쪽 광대. 티슈를 세 번 접어 광대뼈 아래에서 눈꼬리 쪽으로 밀어 올리다가 손이 걸렸다. 방향을 바꿔 위에서 아래로 내리자 흉 가장자리에서 티슈가 잡혔다. 흰 실오라기가 딱지 끝에 남았다. 다시 아래에서 위로 올렸다. 이번에는 미끄러졌다.
핀셋으로 실오라기를 떼고, 펜라이트를 입에 물었다.
빛을 흉의 위쪽에서 아래로 흘려보냈다. 골의 시작은 광대뼈 아래 일 센티, 끝은 눈꼬리 아래 삼 밀리. 아래쪽이 깊고 위로 갈수록 얕았다. 각도를 세 번 바꿔 봐도 같았다. 결이 아래에서 위로 그어져 있었다.
펜라이트를 뱉어 화장대에 눕히고, 노트를 뒤로 넘겼다. 다섯째 날 칸에 내 글씨가 있었다. 이물 자국, 찢어진 상처 결과 불일치, 하에서 상으로 십칠 도. 그날은 각도만 적고 덮었다. 왜 나란하지 않은지는 적지 않았다. 각도는 재면 나오는 숫자고, 이유는 재서 나오는 숫자가 아니었다.
자를 흉 위쪽 살에 대고 다시 맞춰 봤다. 십칠 도. 나흘 전과 같았다. 나흘 동안 하나도 안 바뀐 숫자를 놓고, 나는 처음으로 그 숫자가 무엇의 각도인지 생각했다.
“오른손 주세요.”
그가 손을 반쯤 들었다가 멈췄다.
“어제 감았는데.”
“풀 거예요.”
붕대는 손목 쪽에서 끝을 찾았다. 두 바퀴째부터 거즈가 붙어 있어서 소독약을 조금 적셨다. 다 풀고 손목을 받쳐 손바닥을 위로 뒤집었다. 삼 점 사 센티. 새끼손가락 아래에서 검지 쪽으로, 안쪽으로 비스듬히. 얼굴의 결과 정확히 반대였다.
얼굴은 아래에서 위. 손바닥은 위에서 아래.
날 하나가 두 자리를 지나가려면 그 사이에 순서가 있어야 한다. 나는 왼손을 펴서 그의 손바닥 위 이 센티에 띄우고 각도를 맞춰 봤다. 손등을 위로, 손가락을 아래로 늘어뜨려야 그 선이 나왔다. 주먹으로는 안 나오는 선이었다. 손을 접으면 날은 손가락 마디에서 걸린다. 손바닥 한가운데를 그렇게 가로지르려면 손을 활짝 펴서 위에서 아래로 덮어야 한다.
덮은 다음에도 날은 얼굴까지 갔다. 그러니까 그는 덮고 나서 놓지 않았다. 놓지 않은 손 위로 날이 밀려 올라갔고, 그 끝이 광대에 닿았다.
십칠 도가 어디서 왔는지도 거기서 맞았다. 날을 쥔 손이 그의 얼굴보다 아래에 있었다는 뜻이었다. 서 있는 사람이 서 있는 사람의 광대를 그으면 선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거나 옆으로 눕는다. 아래에서 위로 십칠 도를 올려 그으려면 쥔 쪽이 낮아야 한다. 앉아 있었거나, 주저앉았거나, 그보다 한참 작았거나.
거리도 계산에 들어갔다. 팔을 펴서 던지듯 그은 선이 아니었다. 골이 짧고 깊이가 균일하지 않았다. 손이 닿는 자리, 팔꿈치를 굽힌 자리에서 나온 선이었다. 그 거리에서 그는 손을 펴서 상대의 손을 감쌌다.
방어가 아니었다. 방어는 팔뚝 바깥으로 막는다. 손바닥 안쪽으로 받는 건 껴안는 자세였다.
“뭐 해요.”
그가 물었다. 손은 그대로 두고 있었다.
“재는 거예요.”
“아까 다 쟀잖아요.”
“각도를 맞춰보고 있었어요.”
나는 새 거즈를 접어 손바닥에 대고, 어제와 같은 자리에 손가락을 묶어 붕대를 올렸다. 손등을 두 번 지나 손목에서 매듭을 눌렀다.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손바닥까지 봐요.”
“방향이 반대라서요.”
“그게 뭐가 달라요.”
“가리는 방법이 달라져요.”
그는 거울을 봤고, 나는 자를 펴서 흉의 위쪽 살에 붙였다.
“오늘 부푼 높이 영 점 구 밀리예요.”
자를 접었다.
“구 일째 하루도 안 쉬고 올라왔어요. 흉 밑에 잡힌 판은 광대 아래로 이 밀리 더 밀렸고요.”
“판이라는 게 뭐예요.”
나는 자를 다시 펴서 화장대에 내려놓고, 붕대를 감지 않은 왼손을 잡아 그의 얼굴로 올렸다.
“검지 끝만 쓰세요. 여기가 왼쪽 광대예요.”
손가락을 왼뺨에 대고 두 번 눌렀다. 살이 들어갔다가 올라왔다.
“이제 오른쪽이요.”
같은 세기로 흉 아래 이 센티를 눌렀다. 손가락이 멈췄다.
“안 들어가요.” 그가 말했다.
“그게 판이에요.”
“뭉친 거 아니에요? 어깨도 이렇게 뭉치는데.”
“뭉친 건 문지르면 퍼져요. 이건 구 일 동안 한 번도 안 퍼졌어요. 밑에서 조금씩 두꺼워지면서 위쪽 살을 당기고 있어요. 오늘 웃을 때 오른쪽 입꼬리 안 올라간 건 그 때문이에요.”
그는 손을 내리고 손가락 끝을 엄지로 문질렀다.
“지금 봉합하면 무대는 없어요. 대신 얼굴은 남아요.”
거울 속에서 오른쪽 입꼬리가 반만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내가 가르친 대로였다.
“그 판은, 나중에 없앨 수 있어요?”
“지금이면 실선 하나로 끝나요. 삼 주 뒤면 파낸 자리를 다시 꿰매야 해요. 그건 제가 아니라 의사가 할 일이고요.”
나는 노트를 펴서 날짜 칸을 짚었다.
“모레가 십일 일째예요. 오전에 잡으면 마취까지 두 시간이면 끝나요. 실은 열흘 뒤에 뽑고, 그 열흘은 입을 크게 못 벌려요. 노래는 못 해요. 실 뽑고도 붉은 선이 이 주는 그대로 올라와 있고, 그건 톤으로 안 덮여요. 흉터 가림용 화장품 세 겹 올려도 조명 800룩스에서 그림자가 져요. 그러니까 삼 주 뒤 무대엔 못 서요. 못 서는 게 아니라 서면 안 돼요.”
그는 후드 주머니에서 네 번 접힌 종이를 꺼내 화장대에 펴 눌렀다. 공연 순서표였다. 형광펜이 세 군데 지나가 있었다.
“열두 번, 열세 번이요.”
왼손 검지로 노래 번호를 짚었다.
“여기서 주아 목소리 위에 제 목소리가 올라가요. 주아가 지난주에 키를 반음 내렸어요. 제 담당 구절에 맞춰서요. 사전 연습 두 번 남았는데 제가 빠지면 열네 번까지 다 밀려요.”
“주아 씨한테 말하세요. 얼굴 안쪽에 아직 뭐가 남아 있다고.”
“뭐라고 말해요.”
“사실대로요.”
“사실이 뭔데요.” 그가 처음으로 거울에서 얼굴을 돌려 나를 봤다. “세연 씨도 나만큼만 알잖아요.”
“손바닥 방향은 알아요.”
그의 얼굴이 움직이지 않았다.
“얼굴은 아래에서 위로, 손바닥은 위에서 아래로 베였어요. 손을 펴서 감싸야 그렇게 되고요. 감쌀 게 물건이면 주먹을 쥐면 돼요.”
“그 얘기 하려고 붕대 풀었어요?”
“봉합 얘기 하려고 풀었어요.”
“봉합 얘기만 하세요, 그럼.”
“안에 십칠 도로 박힌 자국은 그날 각도예요. 쥔 쪽이 이사님 얼굴보다 아래에 있었어요. 그것도 봉합 얘기예요. 파낼 때 어느 쪽으로 넣을지가 거기서 정해지니까요.”
그는 공연 순서표를 다시 네 번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무대는 삼 주 뒤에 한 번뿐이고.”
나를 보지 않고 말했다.
“얼굴은 그다음에도 있잖아요.”
그 문장이 틀렸다고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 나온 말은 달랐다.
“이물은 아직 안에 있어요.”
“그거 적어놨어요?”
“첫날부터요.”
그는 고개를 조금 뒤로 기댔다. 목의 힘줄이 섰다가 풀렸다.
“어제 전화 두 번 왔어요.”
내가 말했다. 손끝은 흉 아래 이 밀리 바깥에서 톤을 밀고 있었다.
“봤어요.”
“안 받으셔도 되는 전화예요?”
“세연 씨는 왜 물어야 할 걸 안 묻고 안 물어도 될 걸 물어요.”
베이스가 위층에서 내려왔다. 다섯 시 십오 분이었다. 나는 파운데이션 통을 열고 그 위에 팔을 얹었다. 그가 자리를 고쳐 앉으며 얼굴 오른쪽을 스탠드 쪽으로 돌렸다. 말하지 않아도 각도가 맞았다.
자정, 화보 스튜디오 지하 대기실. 조명 두 개 중 하나만 살려두고 그의 얼굴을 지웠다. 손목을 쓰지 않았다. 손끝만 썼고, 위에서 아래로는 한 번도 닦지 않았다. 결을 거스르면 가장자리가 또 말리고, 말린 자리는 다음 새벽에 삼십 분을 더 먹는다.
문이 열렸다. 하 이사가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문틀에 손을 얹은 채 서 있었다.
“오늘 화면 검토 봤습니다. 톤 하나도 안 떴어요.”
“조명이 팔백이었습니다.”
“다음 주 천이면요?”
“천도 됩니다. 그 대신 흉이 하루 영 점 일씩 굳습니다.”
“잘하시니까 안심입니다.”
그가 문을 닫았다. 구두 소리가 복도 끝에서 두 번 울리다 끊겼다. 나는 티슈를 접어 상처 바깥부터 다시 눌렀다. 거울 속 그의 눈은 뜬 채였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장 도구 가방 안쪽 주머니에 첫날의 지퍼백이 아직 세워져 있었다. 안에 든 거즈는 얇게 뭉쳐 종이처럼 굳어 있었다. 나는 그걸 꺼내 쓰레기봉투 입구까지 가져갔다가, 다시 안쪽 주머니에 밀어 넣고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
노트를 펴서 아홉 일째 칸을 채웠다. 0.9. 1000룩스. 판 2mm 확장. 그 아래에 칸을 하나 새로 그어 세 줄을 적었다. 결 방향 하→상. 손바닥 상→하. 십칠 도, 쥔 쪽이 아래.
볼펜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켰다. 하 이사 이름 아래 빈 칸에 글자를 넣었다. 이사님, 저는 내일부터. 거기까지 쓰고 한 자씩 지웠다. 창이 하얗게 될 때까지 지우고 화면을 아래로 뒤집어 화장대에 놓았다. 볼펜을 다시 들었다.
노트를 뒤에서 두 장 넘겨 여백에 날짜를 하나 적었다. 그 아래에 아무 말도 붙이지 않았다.
“내일도 네 시예요.”
“네.”
그가 후드를 뒤집어쓰고 먼저 나갔다. 나는 화장대에 흩어진 티슈를 모아 봉투에 담고 입구를 두 번 묶었다. 분장 도구 가방 지퍼를 잠그는데 문이 열렸다. 청소하는 분이 대걸레를 세워 들고 서 있었다.
“다 끝났어요?”
“네, 쓰세요.”
불은 그대로 두고 나왔다. 복도 끝 비상구 앞에서 분장 도구 가방을 어깨에 올리다가 손을 봤다. 장갑이 그대로였다.
벗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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